우리 동네의 G사는 분식집이다. 


여러가지 면 요리와 더불어서 김밥도 팔고 (신이 내려주었다는 그 신성한)떡볶이도 팔고 심지어는 규동 같은 것도 판다. 신메뉴인 것 같아 보였지만 메뉴에 있긴 있었다. 이러한 "분식집"이라는 타이틀을 지닌 우리 동네의 G사는 라볶이가 없다. (...) 


그렇다. 라면은 있지만 라볶이는 없다. (...) 


다시 한번 말하자면, 라볶이가 없...


라볶이와 김밥 조합으로 먹고 싶다는 생각으로 분식집에 들어갔으나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메뉴에 보이지 않자 체념하며 나서고 싶었지만 이왕 이렇게 미세먼지 처먹으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가기엔 나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그래서 국물이 없는 그 무언가. 


쫄면을 시켰다. 


쫄면은 맛있다. 쫄면이라는 것이 얼마나 맛이 없을 수가 없냐면, 중학교 때 급식으로 반찬으로 낑겨 나와도 맛이 있었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나무 마루바닥이었는데 바닥에서 뛰거나 조금 세게 걷기만 해도 먼지가 그 사이사이로 방출되고는 했다. 급식 시간에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고뭉치들이 레슬링을 옆에서 쳐해대도, 그 사이로 먼지가 수시로 올라와도, 그 쫄면은 참 맛있었다. 

안그래도 먼지가 많은 날에 쫄면을 먹으면 참 맛있겠다는 생각으로 쫄면 하나를 시켰고,


"가장 잘 나가는 김밥이 뭐에요?"라고 물어보니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1. 돈까스김밥 2. 참치김밥 이었다. 일하시는 분이 제일 첫번째로 돈까스 김밥을 말하셨기 때문에 자신이 있는 메뉴라고 생각해서 나는 돈까스 김밥을 시켰다. 



그리고 이 쫄면은, 내 인생에서 제일 맛이 "없는" 쫄면이었다. 

면발은 얇으나 비쥬얼은 서로 엉켜서 약간 퍼져 보였으나 먹으면 비닐을 씹는 느낌의. 어째 한번 중국에서 "가짜 쫄면 만들기"로 폭로 되는 기사가 있었는가 확인해봐야겠다. 


추가로 양배추를 채썰어 주었는데 양배추가 너무 쓰다. 세상에 양배추가 소주도 아니고 내 컨디션에 따라서 쓰고 달고의 문제는 아닐테고. 씻었겠지?를 거듭 묻게 하는 맛의 양배추. 피터래빗이 똥싸고 갔다고 해도 난 절대 모르겠지. 안씻었다면 내가 그 피터래빗의 똥을 먹고 있는 모습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피터래빗의 똥도 이렇게 쓰고 맛없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비빔장의 양과 맛은 어떠한가. 비빔장은 터무니 없이 적었고 신기하게도 비빔장을 제일 아래에 깔고 그 위에 면을 올리고 그 위에 양배추를 올리는 신기한 구조 덕분에 면은 덕분에 약간 불어있고 고통스러워보였다. 추가로 준 비빔장도 있었기에 더 쳐서 먹었지만 초고추장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신기하게도 이 전날 회를 먹으러 갔었는데 그 초고추장을 받아서 통에 담아준 그 맛 그대로 였다. 주방장이 식초라던가 꿀이라던가..를 타는 성의를 보였더라면 조금은 맛이 정성이 들어갔을텐데. 


돈까스 김밥은 먹을만 했으나 어찌 이렇게 편의점 보다 못하는 돈까스 김밥을. 재료는 넉넉하게, 밥도 넉넉하게 들어갔으나 이렇게나 맛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김밥은 처음이었다. 모든 재료마다 2프로씩 부족한 탓에 졸지에 100프로가 부족해진 것 같다. 심지어는 그냥 일반 김밥보다도 맛이 느껴지지 않았고 돈까스는 돈까스가 아니라 그냥 돼지고기 튀김김밥이었다. 돈까스가 단무지 보다 작았다면 말을 다 한거라고 생각하겠다. 


밥에 간이 되어있지도 않았고 위에 기름이 둘러진 것도 아니었고.. 야채가 많이 들어간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고기가 많이 들어간 것도 아니었다. 도대체 이 안에는 재료가 들어있었으나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는 그런 김밥이었다. 


이렇게나 묘한 분식집이 있나!


라볶이도 없고. 쫄면은 쫄면이 아니고. 김밥도 김밥이 아닌.. 마치 오늘 모형을 먹고 온 것 같다. 

안녕하세요, 


20+년간 살던 집에서 이사를 갔습니다. 

그렇게나 익숙했던 동네를 뒤로하고 새로운 곳을 개척한다는 느낌으로 전입신고까지 해가면서 이사를 와버렸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음식(食)"입니다. 

인간이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며 연명해 나아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의(衣)식(食)주(住)"이기도 하죠. 그리고 제가 바로 그 인간이고요. 

흔히 식탐이 많은 사람을 "돼지"라 칭합니다. 하지만 사실상 식탐의 대가는 인간, 그 자체죠. 그리고 제가 바로 그 인간이고요. 


저는 흔히 끼니를 채우는 "식사"라는 개념을 시간밥, "아침, 점심, 저녁"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그렇담, 먹고 싶을 때 마다 먹냐구요? 네, 먹고 싶을 때 마다 그냥 먹습니다. 반대로 말해, 먹기 싫음 안먹습니다. 음식에는 추억이 담겨있곤 합니다. 자신의 경험의 일부를 부여해 추억하고 싶은 것을 음식에 단지 투영하는 것인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급식에 나오는 찐감자 보단 어릴 때 비오는 날에 하교 할 때 항상 엄마가 쪄주던 파실파실한 감자가 더 맛이 있는 법이죠. 


이사를 오면서 가장 먼저 한 것은 밥을 먹는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식사에 환장하는 만큼 이 주변에 먹거리가 궁금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살면서 가장 좋아하는 양식, 일식, 중식, 한식, 패스트푸드, 빵집은 정해놓고 살지 않습니까? 

특히, 저는 디저트에 있어서 더 미치고 환장하는 편인데요. 티라미수가 맛있는 집, 마카롱이 맛있는 집, 롤케이크가 맛있는 집, 쉬폰 케이크가 맛있는 집 (...) 다 마음 속 하나씩 품고 살고 있습니다. 


근데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이 동네, 생각보다 맛이 없어요. 

무척이나 그냥 맛이 없어요. 무엇을 먹어도 맛이 없어요. 


제 입맛이 변했다? 변할 이유가 없습니다. 전 20+년간 음식을 사랑했는데 지금 와서 변하면 무엇합니까. 


맛있는 식당 하나씩 찾아가는 재미도 없습니다. 이 근처는 다 음식과 식사가 맛대가리 없는 술집 밖에 없거든요. 

다시 한번 말하자면, 정말 맛이 없습니다. 살기 위해서 먹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이 없어요. 


요즘따라 들르는 가게마다 더 맛이 없어지는 것 같아서 혼자 스스로 "어째 요즘 [세상에서 제일 맛이 없는 음식] 탐방하는 것 같다."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맛이...] "없는"이라고 하기에는 "있는" 곳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으로 "있는"의 카테고리도 만들었지만 모르겠습니다. 

과연 이 동네는 "없는"이 더 많을지 "있는"이 더 많을지, 알아보는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서 만들었습니다. 


뭐 아무도 읽지 않는 그런 블로그가 되겠지만, 혹여나 저의 포스팅이 (특히, "없음" 카테고리에) 음식점에 타격을 주거나 제가 욕을 먹을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알파벳 대문자로 칭하도록 하겠습니다. 형평성을 가져가기 위하여 "있음" 카테고리 마저도 알파벳 대문자로 최대한 여물고 가겠습니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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